2012exhibit

09.27-10.23 / 박불똥 / 못 – 쓸 – 것 /

  • 전시제목 : 못 – 쓸 – 것 
  • 작 가 명 : 박불똥
  • 전시기간 : 2012.9.27(목) – 2012.10.23(화)
  • 전시장소 : 종로구 소격동 128-3 트렁크갤러리
  • 오 프 닝 : 2012.9.27(목) 5pm 트렁크갤러리

 

“못 – 쓸 – 것”

나는 요즘 자격지심이 극에 달했다.
처자식 건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가장’에서 비롯된 그 심리는, 수십 년을 씨름해도 빚만 계속 쌓여갈 뿐 여전히 전망 없는 이놈의 화가노릇 당장 접고 택시를 몰든 노점 붕어빵이라도 구워 팔아 나도 떳떳하게 땀 흘려 벌어먹고 살아야하는 거 아닌가하는 회의, 이웃들과 다름없이 그야말로 ‘사람답게’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회한을 문득문득 품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더 거슬러 올라가 미술대학을 왜 다녔던고, 심지어 뭐 하러 태어났던고 따위 존재의 근본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어이없는 자학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그러니 작업이 될 리 없다.
오로지 자긍심 하나로 송곳처럼 꼿꼿이 견뎌야할 이른바 ‘예술가’가 이다지도 자괴감에 절어가지고서 무슨 놈의 말 빨이건 글 빨이건 붓 빨이 서겠는가!
백번이라도 부인하고 싶지만 나는 인생과 예술 양면 모두 패색이 완연한 ‘루저’이다.
신용불량자, 국세고액장기체납자, 파산자, 연이은 대인관계의 실패로 낙인 된 성격파탄자, 철지난 민중미술의 갑옷을 여태 걸치고 다니는 지진아 아Q …
하여 스스로 나는 나를 가차 없이 쓰레기라 치부한다.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옆길로 샐 기회도 이미 다 놓쳐버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 주저앉는 것 드러눕는 것 그 어느 것도 허용되지 않는 이 참담한 현실을 어쩌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남루한 그림자를 질질 끌며 더 이상 구차히 연명하지 말고 연기처럼 훅 제발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 ‘못 쓸 것’의 총화인 나를 나는 그만 처형하고 싶은 것이다.
고흐의 권총을 구할 길이 없나?
이번 트렁크갤러리 초대전의 출품작 15점은 하나같이 일상에서 자연히 나온 ‘못 쓸 것’의 디테일을 나 자신에 빗대어 카메라로 포착한, 결국 자화상들이다.
그 ‘못 쓸 것’은 동시에 작업의 사변(思辨)을 이끄는 주제이기도 하다.
‘것’은, 주로 사물을 이르는 형식명사로 곧 오브제 또는 ‘정물’을 뜻한다.
‘쓸’은, 그 정물한테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사용가치가 아직 남아있음을 나타낸다.
‘못’은, ‘쓸 것’의 그 가치를 부정하는 부사이다. ‘못’ 아래로 분류된 사람 사물 일은 본연의 수명을 다한 셈이 된다.
< 못-쓸-것> 展은 내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한 ‘쓰레기’, 우연히 만난 인연의 일단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 ‘못 쓸 것’이 명색이나마 미술작품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쓸 것’으로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 못-쓸-것> 展은, 지난 날 엄연한 ‘쓸 것’이었으나 세월의 침식으로 이제 하등 ‘못 쓸 것’이 되고만 이 세상 모든 자질구레한 인간 사물 사건 일 등에 대한 관심의 이해의 애정의 존중의 끝내는 존경의 헌화이다.
더 소박하게는 내가 나를 쓰다듬는 자위의 손길이다.
쓴 입맛으로 혼자 나지막이 부르는 콧노래 같은 것이다.
세상은 쓸 것을 지향하고 ‘못 쓸 것’은 지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주의 궁리가 과연 쓸 것의 천국으로 귀결될는지?
‘못 쓸 것’ 천지에 종착하지 않을는지?
인류의 역사를, 쓸 것에서 ‘못 쓸 것’으로 흘러옴 또는 흘러감의 역사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내 어쭙지않은 소견이지만.
십년 전, 김해공항 근처에 중국민간항공기가 악천후로 추락해 129명이 죽고 37명이 크게 다치는 대참사가 났을 때, 가벼운 부상만 입고 다행히 구사일생한 한 중년여자 승객은 사고현장을 취재 중인 방송사카메라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추락순간 혼절했다가 한참 만에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쓰러져 있어 되는대로 이리저리 흔들어 깨웠지만, 다들 이미 못 쓰게 되었더라고요.”
그이는 죽음을 ‘못 쓰게 된 것’이라 일렀고 나는 그 표현에 상당히 신선한 감동을 받았었다.
나이가 나도 어언 환갑에 가까워져 아, 나도 머잖아 못 쓰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불가피 종종 들곤 한다.
지난 1980년대, 벌써 20년도 훌쩍 넘긴 과거지사 속에 박불똥의 미술계 데뷔와 주된 활동내용은 기껏 빛바랜 앨범으로나 남아있다. 그 당시의 나름 쓸 모는 이제 재고할 여지없이 ‘못 쓸 것’이 되고 만 것이다. 아뿔싸, 아둔하여라! 그 시절 그나마 무대에 섰을 때 뭔가 먹고 살 길을, ‘노후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아, 상우여!

-작업노트-

Nomad 3,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50 x 69cm, 2012

Nomad 3,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50 x 69cm, 2012

Littleprince,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00 x 111cm, 2012

Littleprince,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00 x 111cm, 2012

Belt,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0 x 180cm, 2012

Belt,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0 x 180cm, 2012

Happybaby,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66 x 120cm, 2012

Happybaby,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66 x 120cm, 2012

Everustree – 2,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00 x 116cm, 2012

Everustree – 2,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00 x 116cm, 2012

Seeds,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3 x 90cm, 2012

Seeds,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3 x 90cm, 2012

Cleanup,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0 x 145cm, 2012

Cleanup,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0 x 145cm, 2012

Remember,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10 x 159cm, 2012

Remember,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10 x 159cm, 2012

Gate,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0 x 176cm, 2012

Gate,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20 x 176cm, 2012

Flower,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19 x 178cm, 2012

Flower,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19 x 178cm, 2012

Butfly – 7,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33 x 90cm, 2012

Butfly – 7,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33 x 90cm, 2012

NASA,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61 x 133cm, 2012

NASA,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61 x 133cm, 2012

DNA – 2,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81 x 110cm, 2012

DNA – 2,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81 x 110cm, 2012

Road 2,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62 x 240cm, 2012

Road 2,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62 x 240cm, 2012

Road 1,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12 x 300cm, 2012

Road 1, pigment print Hahnemuhle fine Art Baryta, 325g, 112 x 300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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