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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5.27 / 이 솝 Lee Sop, 부풀다 / Inflated

부풀다/ Inflated_83 x 95cm, Resin, Oilclay, Photocopy_2014

부풀다/ Inflated_83 x 95cm, Resin, Oilclay, Photocopy_2014

 

이 솝/ Lee Sop

2014.05.01 – 05.27

 

이솝의 신작 <Inflated>는 흑백의 인물 부조 시리즈다. 흑색과 백색으로 이루어진 기본 대상은 작가가 신문에서 고른 인물 사진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선택된 이미지를 절단하고, 지우개로 지워서 명암을 드러내고, 다시 확대 복사한 다음, 스티로폼, 레진, 찰흙 같은 재료를 덧붙여서 부풀린 인물들의 다양한 형태가 이번 시리즈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완성된 인물들의 포즈나 몸짓을 보면 작품마다(상황마다) 여러 가지인데, 이와 대조적으로 얼굴은 단편적이다. 혹은, 단편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작가의 주된 관심은 이미지가 제공하는 인상과 연상이지, 이미지의 사실성이나 리얼한 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신문 보도 사진이 함유하는 구체적인 정보나 드라마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이솝이 다루고자 하는 예술적 관심사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번 시리즈에서 발견되는 형식적인 변화의 지점들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료의 선택이나 작품의 형태가 단순하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이 된 것이다. 이러한 단순함은 그의 미술이 표상적인 의미를 실현하는 것에서 심층의 이해로 향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재료와 오브제를 이어 붙여서 형태를 키워 나가던 지난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시리즈에는 신문 사진 이라는 강력한 전제 조건이 존재한다. 이 신문 사진은 현실의 공간과 연결되는 작품의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테두리를 그어주고, 작품은 이 테두리 속을 메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또 다른 변화는, 에너지 사용의 일관성이다. 생활 속 오브제, 종이, 나무, 스티로폼 같은 재료를 해체하고, 재결합하여, 재구성하던 과거의 복합적인 프로세스와는 달리, 이번에는 말 그대로 확대하고 부풀리는데 집중한다. 작가에게 매우 익숙한 재료인 스티로폼과 레진은 확대 복사한 이미지에 연결되어 인물의 형체를 부풀어 오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변화는, 오랫동안 내부로만 향하던 작가의 시선이 드디어 외부와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나’가 아닌 ‘너’와 맺는 이 관계에서 작가의 위치나 태도는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시선의 범위가 넓혀졌다는 사실은 작가로서 폭넓은 통찰과 지각을 얻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트렁크 갤러리의 윈도우에서 처음 소개하는 <Inflated>는 우리에게 이솝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는 중요한 기회로 다가온다. 부조로 완성된 인물 형상에는 고전적인 균형과, 주제에 접근할 때의 예민함, 그리고 작가의 주관적인 시선이 공존하는데, 이것은 매우 드물게 만나볼 수 있는 감각이다. 또한 이번 시리즈를 계기로 이솝은 표현 방식에 자유롭고, 미술이라는 매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집중력을 가진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시작한 <Inflated> 시리즈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기대가 된다.

 권진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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