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exhibit

2015. 11.5 – 12.1 / 정복수 Jung Boc Su / 화가의 자궁 Jung Boc Su’s “Hand-Vagia”

전시소개글

정복수의 ‘손-자궁’

70년대 후반부터 ‘기괴한’ 혹은 ‘기이한’ 몸을 그려왔던 정복수는 최근 매우 다른 몸을 그리고 있다. 보는 이들을 당혹하게 만들던 그의 저 ‘벌거벗은 신체’들은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자족하고 있다. ‘보기에 좋구나, 더불어 노닐고 싶다’ 웅얼거릴 정도다. 몸에서 떨어져 나온 기관 혹은 부분신체로 종횡무진 날아다니거나, 종으로서의 인간 증식을 위해 외롭고 숙명적인 계열체의 한 사슬로 존재하던 이 신체들은 이제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뱀들과 교감하며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다. 어떤 첫 탄생의 순결과 평화, 온유함이 은은하게 번진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변화가 그렇게 급작스럽거나 이상한 건 또 아니다. 80년대의 소위 ‘검은 그림’을 거쳐 90년대에 그가 끊임없는 변주로 그려 보인 신체들을 떠올려보자. 입/혀에서 성기로, 입/혀에서 항문으로, 또는 입/혀에서 발로 이어지는 내선들만으로 이루어진 그의 기관 없는 신체-인간들은(bodies without organs) 즉물적이고 원초적인 동물성이나 최소한도로 축소된 사회성을 가리키기보다는 오히려 유기체로 이해되는 신체 ‘너머’, 그 신체를 특정 방식으로 조립하고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적 사유 ‘너머’의 해방과 자유를 증명한다.

그가 그린 무수한 부분 신체들은 또 어떠한가. 평자들은 부분신체로 존재하는 그의 인간 이미지들을 주로 ‘절단’이라는 말로 포착했지만, 절단의 부정성보다는 오히려 ‘분절’의 해방과 향락(jouissance)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꽤나 많았다. 그렇다, 예를 들어 ♀(vagina)를 찾아서 홀로 붕붕 날아다니는 ♂(penis)는 흥미롭게도 페니스 파시즘의 경쾌한 자기 조롱이고 자기 해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는 전체주의적 폭력과 억압의 남근이성중심주의(phallogocentrism)를 짊어질 수 없으며, 그와 짝을 이루는 ♀ 또한 모멸을 견디는 수동적인 신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분절된 팔이나 목에서 내뿜어지는 저 힘찬 줄기는, 사람들이 말하듯 절단과 훼손의 핏줄기가 아니라 해방의 내파(implosion)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에너지 줄기다. 하늘로 비상할 때 우주선 꽁무니에서 내뿜어지는 에너지가 연상되는 기운이다. 슝~~ 어디론가 날아간다. 어디로? 안 알랴 주징~~. 이렇게 정복수는 고통스런 종의 규범적 생존 연대기에 장난기 많고 제멋대로인 욕망(desire)의 풍경을 잇댄다. 이제 신체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아예 신체가 된 기억들은 더 이상 일그러진 억압의 풍경으로 정박되길 거부한다. 남근(Phallus)의 폭력적인 권력을 주장하는 ♂(penis)들의 허망한 즉물적 성욕을 폭로하던 80년대의 검은 짐승-신체인간은 90년대에 이르면 이렇듯 서서히 타자를 품고 이야기를 만들어간 시간의 기억으로 전환(transform)된다. 변태(metamorphosis)를 경험한 이 부분신체들 혹은 기관 없는 신체들은 더 이상 제도와 규범의 강제 위에서 자기동일성(self identity)을 구축하는 주체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에 들어와 더 한층 발랄한 기운을 품게 된다. 아마도 이 시기는 화가 정복수가 아버지로서 한껏 기쁨을 누렸던 때가 아니었을까. <인간의 기쁨> 4개, <혀의 추억>, <기쁨의 원형> 4개, <생의 일기>는 그의 그림 전부를 통틀어 가장 밝고 희망에 차 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 이미지들에서 이빨은 물어뜯기 위함이 아니고, 혀는 독설을 내뿜기 위함이 아니다. 길게 입 밖으로 뻗어 나와 날름거리는 붉은 혀는 기쁨을 노래하기 위해 저 스스로 소리를 내는 풀피리 같다. 몸통도 팔도 없지만 그 부분 신체로 이 인간들은 웃음 속에서 행복 하느라 여념이 없다. 혀들은 상대방을 향해 쏘아댄 폭력적 판단의 독화살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사랑의 밀어를 추억하고 노래한다. 이렇게 그의 신체 이미지는 달달한 느낌을 담으며 다양한 몸과 마음의 지도, 존재의 구조, 인생의 일기를 펼친다. 일관되게 더 밝고 더 긍정적이며 더 아름다운 삶을 향해 전진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러나 그의 인간들은 암컷을 향해 달려드는 수컷에서, 단지 수컷 또는 단지 암컷에서, 뉘앙스가 있는 동물-사람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동물 되기이기도 했던 기관 없는 신체 되기의 유쾌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인간들은 밝고 은은하고 평화로운 기운 속에서 뱀과 함께 어떤 시작을 알리고 있다. 뱀은 신화와 종교, 그리고 정신분석의 세계에서 지혜와 사악함, 즉 선악의 분별과 그것에 따른 판단, 부활과 치유, 그리고 여성의 ‘유혹하는’ 섹슈얼리티와 남성의 ‘욕망하는’ 섹슈얼리티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정복수의 최근 이미지에서 인간과 노닐며 대화를 나누는 저 뱀들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아니다, 정복수의 뱀은 무엇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무엇이다. 정복수가 이제까지 보여준 신체 그림에서 입/혀에서 성기로, 입/혀에서 항문으로, 또는 입/혀에서 발로 이어지는 내선들은 저 모든 의미로서의 뱀이었다.

성적 존재와 생물학적 존재,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가리켰던 저 내선들은 모두 뱀의 속성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 뱀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첫 생성과 창조의 시공간을 연상시키는 그림에서 보살을 닮은 사람이 뱀과, 뱀이 뱀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유자적 공존한다. 기관 없는 신체 또는 부분 신체를 지나 이제 아예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없어진, 내부를 외부로 지닌 신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전의 이미지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에덴동산의 첫 인간을 볼 것이다. 아직 뱀의 유혹에 빠지기 전, 그러니까 선악을 구별해야 하는 두렵고도 위험천만한 운명으로 미끄러지기 전 첫 인간의 평화롭고 천진난만한 세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작업 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지난한 산고 끝에 나온 형상인지 이해하리라. 이것은 새로운 말 걸기다. 다시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폭력 아닌 말 걸기로, 사악한 판단 아닌 지혜로운 인식으로,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상서로운 잇기로 새롭게 탄생시켜 보자는 것이다. 무엇을? 그건 중요하지 않다. 유기체적 신체-삶의 ‘목표’는 이미 버린 지 오래고, ‘목적’은 여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온유하고 부드러운 ‘날름거림’으로 진행되는 이 탄생의 순간 순간이 어떤 경이로운 미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갈지, 정복수의 ‘손-자궁’이 어떤 형상들로 또 어떤 인생의 일기를 써나갈지 궁금하다. 날름거리는 혀, 그 기묘한 혀의 속삭임이 궁금하다.

김영옥 (이미지 비평가, 여성학자)

Jung Boc Su’s “Hand-Vagina”

Starting from late seventies, Jung Boc Su, who had done “grotesque” or “bizarre” drawings of the body, has recently been working on a quite different kind of body. His “naked bodies,” which unsettled viewers, remain self-content in their beautiful and elegant forms. It makes one reflect, “How lovely they are. They make one want to frolic with them.” An organ or part of a body, which has been dismembered from the body, is flying all around and as a lonely and fated device of human proliferation that existed as part of a link in a chain now softly swim around in a vicissitude of a complete human being, communing with the snakes. The tranquility and purity of the first creation and the gentleness quietly seep through. What happened?

 

But if one were to ponder upon it a little, this change does not appear to be too abrupt or strange. Let us bring to our mind’s eye the bodies he has ceaselessly drawn in their variation in the nineties after embarking on his so-called “dark pictures” of the eighties. Instead of delineating the purely physical and basic animal instincts or pointing at their greatly minimized social nature, his bodies without organs, which are connected only with an inner line from the mouth/tongue to the sexual organ and mouth/tongue to the anus or mouth/tongue to the feet, evince the liberation and freedom that are beyond the realm of that which defines the bodily organism or ideology formulated through a specific construction of the body.

And what about the countless bodily parts he has drawn? The critics have called the artist’s images of a human that exists as a partial organ as a “demarcation” but instead of a negative reference of the word, there is more room to view it as liberation and “jouissance” of a “segmentation.” Yes, indeed, for example, the vagina(♀) that is solitarily flying around in search of a penis was interestingly enough a spirited self-mockery of the fascism of the penis(♂) as well as of self-deconstruction. This type of penis(♂) cannot bear the weight of totalitarian violence and the repressive phallogocentrism and furthermore its partner, the vagina(♀), is not in any way related to the passive body that tolerates degradation. The segmented arm or the powerful channel spewing from the neck is not a blood vein from the severance and damage, as one would have the viewer see it, but an energy channel that proclaims the ongoing process of the implosion of liberation. It is the kind of energy that reminds one of that which is released from the rear end of a spaceship soaring toward the sky. Whoosh, it is flying upward. Where to? I ain’t telling. This is how the artist has incorporated into the chronicle of survival of the ever-suffering subject the scene of a whimsical and the free-willed desire. The memories that are no longer engraved on the body, but have now become the body itself, refuse to be tied down by the distortion of repression. The dark beast-human body of the eighties that disclosed the futilely physical sexual urge of the penis that embodied the violent authority of the masculine (phallus) has gradually transformed itself into a space that embraces the other and tells stories in the nineties. Further, the partial organs or body without organs that experienced the metamorphosis are no longer entities that construct a self-identity based on the coerced system and regulations.

 

This transformation of the artist demonstrates a greater level of vigor into the decade of the 2000s. Perhaps this was a time when the artist experienced much bliss as a parent. Of all his drawings, “Joy of Human Being,” “Memory of the Tongue,” “The Archetype of Joy,” and “The Journal of Life” show ebullient joy and hope. It is truly loveable. In these images, the teeth are not for the purpose of biting, and the tongue does not serve as a device of spiteful vituperation. The reddish tongue, which flickers as it darts out of the mouth, seems like a reed flute that wants to sings a song of joy for its own contentment. Although lacking in a torso and arms, these partial organs are preoccupied with being happy in the midst of people’s laughter. The tongues are not the poisonous arrows for violent judgment that are directed at the other but now sing the memory of the intimate love that made a birth of new life possible. Exuding sweet sentiments, his body images elaborate on diverse bodies and maps of the heart, existential structure, and the chronicle of life. You cannot say that he has made even-paced progress toward a brighter and more positive and beautiful life but his human beings have evolved little by little from a male who attacks a female or from simply being male to female but from a beast to a human being with subtlety. It is a thrilling result of “bodification” of what was in some ways a beast and without organs.

 

The artist’s new drawings about the humans that await us in this exhibition announce a certain beginning together with the snakes amidst a quiet and peaceful setting. In mythology and religion, and in the field of psychoanalysis, the snake represents wisdom and evil, in other words, the split between good and evil and the judgment in accordance with it, resurrection and healing, and the seductive female sexuality and the desiring sexuality of the male. So, in the recent images by Jung Boc Su, then what do the snakes signify, which are hobnobbing with the humans? No, rather than signifying something, his snakes have become something. In all his drawings of the body so far, the inner line that connected the mouth/tongue to the sexual organ, mouth/tongue to the anus or mouth/tongue to the foot, all represented the snake.

The lines that signified the human as a sexual, biological, as well as social entity had the intrinsic nature of a snake embedded in them. But then this snake decided to come out. In a drawing that is reminiscent of the time-space with its first creation, a human being that resembles a bodhisattva converses with a snake and the snake converses with another snake, co-existing in peace and leisure. However, after drawing bodies without an organ or partial organs, his next phase shows a body in which there is no longer the split between the inner and the outer and one that embraces the inner as outer. For those who are not familiar with the artist’s past images, they might see the first human from the Garden of Eden; hence, they will bring to mind the peaceful and innocent time before human beings slipped into a mightily risky fate where they had to distinguish between good and evil, before the time when the snake seduced them. But for the viewers who are cognizant of Jung Boc Su’s artistic journey, they will see that this is an outcome of intense labor pains. It is also an invitation by the artist to engage us in a discussion about his art; that is, for the artist to begin anew, to start a dialogue that isn’t about violence, without sinister judgments but rather with wise awareness, to give birth by bridging the eros and thanatos in a promising way. But a birth of what? That is irrelevant. He has long since discarded the notion of an organic body—“goal of life”—and his purpose lies in the journey itself. I am eager to know what kind of wondrous world of aesthetics that this moment of birth, which is ongoing with its soft and gentle “flickering” (of a tongue), will take us and how the artist will chronicle his life journey through his hand-vagina forms. The flickering tongue and its peculiar whisper are very curious to me, indeed.

By Kim Young-ok, Image Critic, and Feminist Scholar

화가의 자궁-번식 캔버스에유화 193.9x259.1cm 200호 2012

화가의 자궁-번식 캔버스에유화 193.9×259.1cm 200호 2012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91x116.8cm 50호 2011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91×116.8cm 50호 2011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91x116.8cm 50호 2011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91×116.8cm 50호 2011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60.6x72x7cm 20호 2014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60.6x72x7cm 20호 2014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90.9x72.7cm 30호 2014

뱀과의 하루 캔버스에 유화 90.9×72.7cm 30호 2014

뱀과의 하루-잉태 캔버스에유화 130.3x97cm 60호 2012

뱀과의 하루-잉태 캔버스에유화 130.3x97cm 60호 2012

인간의 번식 종이에 색연필 22.9x30.5cm 2012

인간의 번식 종이에 색연필 22.9×30.5cm 2012

춤을 추는 조건 종이에 색연필 40.6x30.5cm 2012

춤을 추는 조건 종이에 색연필 40.6×30.5cm 2012

뱀과 남자 종이에 색연필 30.5x40.5cm 2012

뱀과 남자 종이에 색연필 30.5×40.5cm 2012

뱀,인간  종이에 색연필 26.1x18cm 2012

뱀,인간 종이에 색연필 26.1x18cm 2012

뱀과의 하루 종이에 색연필 26.1x18.1cm 2012

뱀과의 하루 종이에 색연필 26.1×18.1cm 2012

몸의 초상#1 판넬에 색연필 165.8x37cm 2015

몸의 초상#1 판넬에 색연필 165.8x37cm 2015

몸의 초상#2 판넬에 색연필 172.2x59.5cm 2015

몸의 초상#2 판넬에 색연필 172.2×59.5cm 2015

몸의 초상#3 판넬에 색연필 113x31cm 2015

몸의 초상#3 판넬에 색연필 113x31cm 2015

몸의 초상#4 판넬에 색연필 170.5x44.5cm 2015

몸의 초상#4 판넬에 색연필 170.5×44.5cm 2015

몸의 초상#5 판넬에 색연필 45.2x15cm 2015

몸의 초상#5 판넬에 색연필 45.2x15cm 2015

몸의 초상#6 판넬에 색연필 50.7x12.5cm 2015

몸의 초상#6 판넬에 색연필 50.7×12.5cm 2015

몸의 초상#7 판넬에 색연필 73.8x34.5cm 2015

몸의 초상#7 판넬에 색연필 73.8×34.5cm 2015

몸의 초상#8 판넬에 색연필 79x26cm 2015

몸의 초상#8 판넬에 색연필 79x26cm 2015

몸의 초상#9 판넬에 색연필 51x84.6cm 2015

몸의 초상#9 판넬에 색연필 51×84.6cm 2015

몸의 초상#10 판넬에 색연필 143.5x26.5cm 2015

몸의 초상#10 판넬에 색연필 143.5×26.5cm 2015

몸의 초상#11 판넬에 색연필 58.7x16.5cm 2015

몸의 초상#11 판넬에 색연필 58.7×16.5cm 2015

화가의 자궁 판넬에 색연필 22.5x118.5cm 2015

화가의 자궁 판넬에 색연필 22.5×118.5cm 2015

화가의 자궁 판넬에 아크릴, 색연필  178x210cm 2015

화가의 자궁 판넬에 아크릴, 색연필 178x210cm 2015

얼굴 판넬에 색연필  28x22.5cm 2015

얼굴 판넬에 색연필 28×22.5cm 2015

손 판넬에 색연필 40.5x74cm 2015

손 판넬에 색연필 40.5x74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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