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exhibit

2016.5.5 – 5.31이피 Lee Fi Jae / 천사의 내부 The Inside of the Angel

전시소개 글

능동적 수동태의 미스터리: 이피 작가의 <천사의 내부>에 대한 단상

이피에게 있어서 작업행위는 하나의 커다란 질문에 대한 답을 구도하고자 하는 실존의 길이다.  탄생이라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맞이한 트라우마적인 빅뱅. 그리고 발생 이후에 인간이라는 그릇 안에 생명을 얻고, 몸을 부여 받고, 그로 인한 총체적이고도 구체적인 신체적 경험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그러한 어마어마하고도 일상적인 사건들, 즉 생生을 어떻게 스스로의 온전한 감각으로 이해할 것인가를 탐구하고 있다. 기존의 언어와 사유의 틀에 비추어 보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경험으로서, 세계에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나-존재-생명에 대한 근원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이피의 첫 번째 개인전 <눈, 코, 입을 찾아 떠난 사람>부터 계속 되어온 오래된 질문일지도 모른다. 열 번 째 개인전 <천사의 내부>에서 선보일 이피의 최근 작업들은 좀 더 명쾌하고 능숙하게 그의 오래되고 커다란 질문에 근본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천사의 내부>는 2014년의 개인전 <내 얼굴의 전세계>와 긴밀히 연결된다. 대표작인 ‘내 얼굴의 전세계’와 ‘내 몸의 전세계’가 핑크색으로 표현된 살-피부 표면의 감각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한다면, ‘내 여자의 창고를 열다’에서는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복수의 수족을 가진 생명체가 검붉은 색으로 표현된 살의 이면-몸의 내부를 반으로 갈려 피를 흘리듯이 활짝 열어젖혔다. 전체와 부분이 서로를 둘러싸는 순환적인 작품의 구조는 안과 밖의 대조를 통해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에 속하는 ‘산소’, ‘질소’ 페인팅은 마치 예고편처럼 <내 얼굴의 전세계>의 도록 표지와 뒷면 그림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그 때 쓰인 것은 페인팅이 아니라 2013년에 17x26cm 사이즈로 그려진 흑백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피의 드로잉과 페인팅은 하나이지만 동시에 하나가 아니다. 그 자체로도 안과 밖의 구조를 가진다. 하나의 페인팅은 그 쌍이 되는 드로잉을 갖는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하나의 드로잉은 또 하나의 페인팅을 낳는다고 해야 할까. 전시명과 동명인 신작 ‘천사의 내부’는 2016년 2월 24일에 완성된 것으로 표기되지만, 그 원본이라 할 수 있는 드로잉은 2014년 1월 4일에 그려졌다. ‘달콤한 망각의 수영장’ 역시 2016년 작이지만 2013년 9월 2일의 드로잉이다. 페인팅에는 제목이 있고, 드로잉에는 날짜가 존재한다. 드로잉과 페인팅은 하나이면서 둘인 삶을 살고 있다.

이피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말하다시피 “일기를 쓰듯” 드로잉을 그린다고 한다. 매일매일 떠오르는 이미지와 인상들로 17x26cm 크기의 노트에 드로잉을 그린다. 그것은 대개 하루가 끝날 무렵, 혹은 시작할 무렵의 찰나적인 인상과 감각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러한 작업은 오랫동안 고안되거나 특정한 사유를 나타내기 위한 방식이 아니다. 매우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우연의 작용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작업 방식이다. 드로잉은 이후에 작가의 선택에 의해 정교한 대형 페인팅으로 다시 그려진다. 그러한 변용에서 놀라운 것은 대형 페인팅의 밑그림이 드로잉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소한 디테일 외에 거의 그대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드로잉을 작업의 아이디어를 기록하거나 연습하는 차원에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의외의 결정이야말로 작업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이피에게 드로잉은 작가가 맞이하는 일상이라는 우연성 속에서 건져내는 고유의 순간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일련의 순간들은 사건들로 축적되어 작업의 뼈대가 된다. 이번 전시 <천사의 내부>를 준비하며 쓴 작가노트에서 언급되는 “천사”, “사이”, “조사”와 같은 중간지대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바로 이러한 “머물다 사라”지는 순간의 진실을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많은 것들이 외부에 기대어 이름 붙여지고 기존의 틀 속에 갇혀버리는 가운데, 그 사이를 뚫고 자체로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감각, 그 본질적인 미스터리에 대해서 말이다. 이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그의 작품들을 “일상에서 늘 부딪히는 것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개념이 되기 이전의 이미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언어와 선입견으로 개념화되는 감각들을 온전히 그것으로, 초기의 경험으로 복원하고자 하는 욕망이 작품 전반에 팽팽하게 긴장된 균형 속에서 자리잡고 있다. 작가라는 초인적인 시선이 세계를 굽어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작가를 통과하여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방식이 이피가 선택한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을 제단화에 비유하며, “나는 천사가 작업하는 내 몸을 봉헌한다. 그 천사의 순간을 해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피에게 있어서 “나”는 개인적인 자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들숨 날숨’이 오가는 하나의 통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이피는 이미지를 찍는 카메라맨보다는 빛이 통과하는 렌즈가 되고자 한다.

이피에게 있어 작품들 간의 관계맺음은 중요하게 작동한다. 한 작품이 다른 작품(들)을 품고 있거나 전체를 이루는 부분이 개별 작품이 될 수 있는 등,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안고 있다. 작품들 간의 복합적인 관계는 반복되고 선택되는 과정 가운데 일종의 깊이를 획득한다. 이피의 작업에서 기형의 생명체가 나타나는 것은 그렇게 봤을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피 작가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에게는 괴생물의 형상이 그보다 자연스러운 상태는 없는 것으로 형상화된 “만다라”인 것이다. 감각을 연결하는 뉴런들이 서로 긴밀한 관련을 가지듯이 이피의 작품들은 각각이 아닌 전체로서 작동한다. 마치 생명을 나눠 가진 하나의 유기체처럼.

이피의 작업은 있는 것을 끌어다 만든다기 보다는 없는 것을 없는 것으로 말하는 과정이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쉽지 않은 길이다. 왜냐하면 그 언어는 최초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이해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어쩌면 이해의 문턱을 넘기 전까지 그것은 아무 말도 아닌 말로 머물러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피의 작업을 아주 큰 대형 전시장에서 초기부터 현재까지,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총 망라해서 보고 싶다. 그랬을 때 비로소 이피의 작업의 뿌리와 변화와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하여 문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앞으로 그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서 나아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킬지 앞으로의 여정이 매우 궁금하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작품의 힘도 세어지리라 생각한다.

(전하영/영화감독, 문화연구자)

Mystery in the Active-Passive Voice: Notes on Lee Fi’s The Inside of the Angel

The artistic practice of Lee Fi is a way of existence to seek answers to one huge question. After encountering the traumatic big bang—birth, an organism gains life in the vessel of a human form and attains a body whereby the new life form conceives the world through bodily experiences that are holistic yet specific. Lee explores these tremendous but mundane events. In other words, the artist explores how to understand life with all of her senses. Instead of reflecting on preexisting language or frame of thought, Lee focuses on the root of the ‘self-existence-life,’ which is directly in contact with the world, as a primal experience. Perhaps, this is a recurring question that began from Lee’s first solo exhibition, A Person Searching for Eyes, a Nose and a Mouth. However, Lee’s recent works in her 10th solo exhibition, The Inside of the Angel, seem to approach the core of her ongoing extensive questioning with more clarity and deftness.

The Inside of the Angel is deeply related to Lee’s last solo exhibition in 2014, The Whole World on My Face. Lee’s most well-known pieces, The Whole World on My Face (2013) and The Whole World on My Body (2015), are about the senses on the surface of the flesh (skin) expressed in pink. However, in I’ve Just Opened My Woman’s Storage (2016), a creature with multiple limbs, which often appear in Lee’s works, opens up the other side of the skin—inside the body, which is expressed in blackish red as if it is divided in half and about to bleed. The circular structure of the work, in which the whole and the parts surround each other, becomes more interesting through the contrast of inside and outside. Like a preview, the two major paintings in current exhibition, Oxygen (2015) and Nitrogen (2015), were used for the front and back covers of The Whole World on My Face exhibition catalogue. However, the previous versions were not paintings but instead 17 x 26 cm black and white drawings from 2013. Lee’s drawings and paintings are the same and different simultaneously, and have inside-outside structures in themselves. Each painting is coupled with a drawing. Rather, we should perhaps say, each drawing generates a painting. Lee’s new piece, The Inside of the Angel (2016), whose title is identical to the exhibition title, was completed on Feb. 24th, 2016, but its original drawing was made on Jan. 4th, 2014. Sweet Taste Swimming Pool of Oblivion (2016) was finished in 2016; however, its drawing was made on Sep. 2nd, 2013. Likewise, Lee’s drawings and paintings live singular but binary lives at the same time.

In her artist statement, Lee mentions that she makes drawings as if she were “writing in a diary.” Lee makes drawings based on images and impressions from everyday life on a 17 x 26 cm notebook. They are usually created from fleeting impressions and sensations, usually at the beginning or the end of the day. These works are not the result of planning, or intend to express particular thoughts. Rather, her style actively embraces the effect of momentary and improvisational chance. Later on, the artist makes sophisticated and large paintings from selected drawings. What is surprising in this transformation is that the rough sketches of the paintings do not change much from the drawings. Most parts remain the same except some small details. Given that most artists use drawing as a means to record or express their ideas, Lee’s uncommon drawing practice might be the core of her work. As for Lee, drawings have meaning as they are drawn from particular moments gathered from the coincidences of the artist’s everyday life. A series of moments are accumulated as events, eventually becoming a framework in Lee’s art practice. Marking intermediate spaces, do the terms “angel,” “gap,” and “preposition,” written in Lee’s notes during the preparation of The Inside of the Angel, imply the “fleeting and temporary” truth—the fundamental mystery; sensations toward a life that exists on its own while penetrating things that are defined by the outside and confined within conventional frameworks. Lee mentions in an interview, “I want to create images of what we encounter in our daily lives before they are fixed to certain concepts in our brain.” Lee’s desire to restore our senses, which are conceptualized through language and prejudice, back to primary experience lies in tight tension and balance throughout her work. Instead of holding an omniscient view of an artist towards the world, Lee allows the world to pass through her and speak on its own. Therefore, Lee compares her works to an altarpiece: “I dedicate my body as the work of an angel—I dissect the moment of the angel.” Here, Lee’s concept of “I” is not limited to her ego, but rather we could see it as a passageway, where the Inhale and Exhale of breath travel. Thus, metaphorically speaking, Lee aims to become a camera lens transmitting light, instead of a cameraman taking images.

It is important for Lee how her works relate to each other. In Lee’s practice, each work is interconnected, while one work embraces other work(s), some parts can be separated from the whole as individual works. During the process of repetition and selection, complex relationships between her works attain a sort of depth. It is not surprising to see deformed creatures appearing in Lee’s work. Even though we cannot thoroughly understand Lee’s intention, perhaps for the artist, the form of the monstrous creature is a “mandala” that is represented as the most natural state. Just as neurons connecting the senses are closely related to each other, Lee’s work operates as a whole rather than as individual pieces; they are like one organism sharing life.

Rather than creating work out of things already in existence, Lee’s art practice is a procedure of suggesting a form of non-existence as non-existence. Her methodology does not take an easy route, because she employs a primordial language, and might take a very long time to be understood by others. Perhaps, the works will merely remain as murmurings until they cross the threshold of the graspable. Some other day I would like to see Lee’s work in a huge space, encompassing her whole career from her earlier to more current works and future developments. Then, we might be able to finally grasp the root of her works and the scale of their transformation. In contemporary society where our civilization is threatened by invisible things, I look forward to seeing Lee’s journey of transforming the world that progresses from her understanding of it. I think the work will achieve as much strength as it bears the weight of the reality.

(JEON Hayoung / filmmaker, Cultural Studies)

 

 

헤르마프로디테의 식탁 Hermaphrodite’s Dining Table 장지에 먹, 금분, 수채 63.5x96cm 2015

헤르마프로디테의 식탁 Hermaphrodite’s Dining Table 장지에 먹, 금분, 수채 63.5x96cm 2015

산소 Oxygen 한지에 먹, 금분, 수채 200x150cm 2015

산소 Oxygen 한지에 먹, 금분, 수채 200x150cm 2015

질소 Nitrogen 한지에 먹, 금분, 수채 200x150cm

질소 Nitrogen 한지에 먹, 금분, 수채 200x150cm

The Eternal Kitchen Violence 장지에 먹, 금분, 수채 96.6x135cm 2015

The Eternal Kitchen Violence 장지에 먹, 금분, 수채 96.6x135cm 2015

감자 인류 The Potato Mankind 장지에 먹, 금분, 수채 63.5x96cm 2015

감자 인류 The Potato Mankind 장지에 먹, 금분, 수채 63.5x96cm 2015

내 여자의 창고를 열다 I’ve Just Opened My Woman’s Storage Mixed Media 120x80x150cm(each) 2016

내 여자의 창고를 열다 I’ve Just Opened My Woman’s Storage Mixed Media 120x80x150cm(each) 2016

달콤한 망각의 수영장 Sweet Taste Swimming Pool of Oblivion 장지에 먹, 금분, 수채 96.6x135cm 2016

달콤한 망각의 수영장 Sweet Taste Swimming Pool of Oblivion 장지에 먹, 금분, 수채 96.6x135cm 2016

서울 화산 Seoul Volcano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5

서울 화산 Seoul Volcano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5

왜 천사의 날개는 비가 와도 젖지 않을까 Why do the wings of angels never get wet even in the rain 한지에 먹, 금분, 수채 200x150cm 2015

왜 천사의 날개는 비가 와도 젖지 않을까 Why do the wings of angels never get wet even in the rain 한지에 먹, 금분, 수채 200x150cm 2015

천사의 해부 Angel Anatomy 장지에 먹, 금분, 수채 63.5x96cm 2016

천사의 해부 Angel Anatomy 장지에 먹, 금분, 수채 63.5x96cm 2016

해와 달분의 일 Sun and One Moonth Digital C-Print 138x208cm 2016

해와 달분의 일 Sun and One Moonth Digital C-Print 138x208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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